해외 종교관련 보도자료/천주교 범죄관련 보도

가톨릭부패의 온상: 허술한규제와 극비주의

reuby4 2025. 5. 16. 11:29

 

사진출처: https://www.ibtimes.co.uk

새 교황 선출 속 바티칸 '검은돈' 의혹 재조명... 바티칸 은행 과거 부패 사례들


2025년 5월 8일,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됐다. 하지만 세계적 패권국인 미국 출신이 교황이 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새 교황 역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평화를 외치겠지만, 그 이면에 돈을 쫓는 행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종교적 가치보다는 재정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교황청의 과거 부패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바티칸 은행(교황청립 종교사업연구소, IOR)은 오랫동안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 권위 뒤에 숨겨진 재정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성스러운 목적과는 달리 돈세탁, 배임, 비자금 은폐 등의 의혹이 끊이지 않으며 교회 내부의 허술한 감시와 권력 남용을 드러냈고, 가톨릭 교회에 비판적인 이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요새처럼 두터운 바티칸 은행 건물은 오랫동안 교회의 비밀 재정을 지켰으나, 내부에서는 수차례의 부패 스캔들이 발생했다. 한때 투명성과 거리가 먼 운영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폐쇄적인 구조가 부정행위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티칸 은행은 1942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설립됐다. 본래 전 세계 교회 자금을 관리하고 자선 사업을 돕기 위함이었으나, 설립 초기부터 높은 자율성과 철저한 기밀 유지 속에 운영됐다. 사실상 교황청의 비공개 금고 역할을 하며 외부 감시나 국제 금융 규제에서 벗어난 독특한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이러한 밀실 운영 방식은 부정과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바티칸 은행은 교회 재정 은폐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수익과 지출 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교회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외부에서는 알기 어려웠다.

ㅣ역사 속 드러난 교황청 재정 부패 주요 사례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부패 의혹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특히 악명 높은 몇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70년대, 마피아 연루설 제기
바티칸은 한때 이탈리아 금융업자 미케레 신도나를 자문역으로 고용했다. 신도나는 마피아와 비밀결사 P2와 연루된 인물로, 1974년 그의 프랭클린 국립은행 파산으로 교황청이 약 3,500만 리라(당시 약 2천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교회 자금이 조직범죄와 얽혀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982년, 암브로시아노 은행 파산 사건
이탈리아 주요 은행인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붕괴는 바티칸 은행 부패의 정점으로 꼽힌다. 당시 바티칸 은행장 폴 마르친쿠스 대주교가 암브로시아노 은행에 보증서를 써주었고, 은행 파산 후 이탈리아 당국은 마르친쿠스 대주교를 사기 파산 방조 혐의로 지목했다.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는 비밀결사 P2 회원이었는데, 유죄 판결 후 런던으로 도피했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이 사건은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 자금 및 불법 거래와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바티칸 은행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암브로시아노 채권단에 약 2억 2,400만 달러를 배상했다.

-1990년대, 나치 금괴 은닉 의혹
1999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바티칸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와 크로아티아 우스타샤 정권이 약탈한 재산이 바티칸을 거쳐 은닉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소송은 교황청의 국가 면책특권으로 각하되었으나, 가톨릭 교회 재정이 전쟁 범죄와도 연루되었을 수 있다는 충격적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2010년, 자금세탁 수사 착수
이탈리아 당국은 2010년 바티칸 은행 계좌에서 2,300만 유로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바티칸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법을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고, 은행장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바티칸이 국제 기준에 맞는 금융 투명성 강화 조치를 약속하며 자금은 풀렸으나, 자금세탁 의혹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최고위 인사 유죄 판결
가장 최근에는 바티칸 은행 전 수장인 앙젤로 칼로야가 부동산 거래 조작 및 자금 착복 혐의로 기소되어 2021년 바티칸 법정에서 횡령 및 자금세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81세였던 칼로야는 징역 8년 11개월 형을 선고받으며 교황청 역사상 최고위급 성직자의 금융범죄 유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부패 온상 된 배경: 허술한 규제와 극비주의
바티칸 은행이 이처럼 부패에 취약했던 이유로는 허술한 규제와 교회 재정의 극비주의가 꼽힌다. 이탈리아 마피아 등 범죄 조직의 돈세탁 은신처로 악용되었다는 의혹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실제로 은행 고문이나 중개인 중 마피아와 연결된 인물들이 있었고, 석연치 않은 거래들이 이루어졌다. 교회가 부패 혐의자를 자체적으로 보호하고 재정 비리를 은폐함으로써 성역 안에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1980년대 암브로시아노 사건 당시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마르친쿠스 대주교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으나, 바티칸은 치외법권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이처럼 교회가 부패 혐의자를 감싸고 비리를 은폐하면서 내부 고발 없이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2013년 이전까지는 단 한 차례도 연례 재무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운영의 불투명성이 심각했다.

특히 2013년에는 전 수석 회계사 누치오 스카라노 신부가 현금 2,000만 유로 밀반입 공모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바티칸 안팎 계좌를 이용해 거짓 기부금 형태로 거액을 옮기려 했으며, 비록 바티칸이 그의 계좌를 동결하고 수사에 협조했지만, 고위층 역시 돈세탁 공모에 연루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됐다.

교회의 개혁 노력과 남은 의혹
2010년대 이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은행 개혁에 나섰다. 2010년 교황청 금융정보청(AIF)을 신설해 금융 거래를 감시하고, 2012년에는 유럽 평의회의 금융 평가를 자청하며 국제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했다. 자금세탁 방지 분야 16개 핵심 항목 중 9개를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바티칸 은행의 의심스러운 계좌 수백 개를 폐쇄하고 금융 전문가를 새로운 은행장으로 임명했다. 내부 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등 투명성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바티칸 은행은 사상 첫 연례보고서를 공개했고, 동결된 자금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해당 자금의 구체적인 출처와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실질적인 청렴성 입증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23년 현재 바티칸 은행은 약 54억 유로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 막대한 자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에도 교황청 국무원청의 런던 부동산 투자 관련 추가 스캔들이 불거지며, 바티칸 내부의 구조적 부패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교황청의 재정 부패 및 돈세탁 스캔들은 가톨릭교회의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신도들은 일련의 사건들에 충격과 실망을 표했으며, 교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교회가 스스로 깨끗함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어두운 역사는 계속 회자되며 가톨릭 교회의 권위를 위협하는 요소로 남을 것이다.